난 그냥.
피곤해서 잠을 자고 일어나서.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자기 전에 저녁을 먹고
부모님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괜찮아 한 달은 더 사실 거야.
그러니까 제발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매달 매달 꼬박꼬박 내가 찾아드린 할아버지 연금을
내일 꼭 은행 가서 찾아서
할아버지한테 이거 쥐시고 일어나시라고 하면 된다고.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도 했다.
돌아가신 분들은 등 밑으로 손을 넣으면 들어가지 않는다고.
그럼 돌아가신 거라고.
어머니가 할아버지 등 밑에 손을 넣었다.
안 들어가.
주변에 있는 큰 고모는 염불을 욌고.
별로 말을 안 해본 고종사촌과 막내 고모는 울었고.
큰 아버지는 멍하니 서있었다.
아버지는 나무판자를 찾아야 한다고 눈이 온 밖을 나섰다.
나도 밖을 따라나섰다.
너무 추웠는데 아버지랑 나무판자를 찾다가 못 찾아서.
당숙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당숙모께서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가 가셨다고 소막 창고에
나무판자를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나는 그전에 어느 팟캐스트에서 사람이 집에서 돌아가시면.
먼저 112 신고를 해야 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신고할 용기가 안 났다.
우선 집에서 가까운 장례식장에 전화를 하자고 했다.
전화를 하니 장례식장에서 차를 가지고 온다고 했다.
장례식장 사장님께 이것저것 물으면서 병원에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럼 모시고 병원에 가면 된다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병원 진료 기록이 없어서 사망 진단서 발급이 힘들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장례식장 사장님께 물으니
매장일 경우 이장님 도장받아서 하면 된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그렇게 장례식장으로 갔다.
눈이 많이 와서 차가웠다.
할아버지를 차가운 곳에 모시면서 묵념을 했다.
그리고 장례식장 사장님과 이것저것 회의를 했다.
장례는 며칠을 할 거고
음식은 어떤 거를 할 거고
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우선 집에 가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겨서 조금있다 오라고 했다.
집에 와서 준비해야할 것들이 이런 거라고
어머니한테 말씀드리고.
연락해야 할 곳을 정리하고.
부고 문자를 만들었다.
멍하니 있다가.
부모님과 장례식장으로 갔다.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별다를 것 없이 장례를 치렀다.
발인 날 할아버지를 할머니 옆에 모셨다.
그래도 그 날은 햇볕이 따뜻했다.
한 명씩 흙을 뿌리기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찾아온 할아버지 연금 33만 원을
할아버지 위에 올려놓고 절을 했다.
할아버지 마지막 연금이에요.
다리가 후들거렸다.
온몸이 떨렸다.
그 돈은 묘를 해주신 분들께 얼마.
할아버지 관 속에 얼마를 넣은 것 같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중1이었는데
지금은 서른여덟이 되었다.
모르겠다.
정말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장례를 다 치르고 읍사무소에 이장님과 가서 사망신고를 했다.
비동거친족이라는 말 옆에 내 이름이 새겨졌다.
아직도 할아버지 방에 가면 할아버지가 누워서 티비를 켜놓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그렇듯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주도 정신없이 보냈다.
할아버지.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며칠전에 썼다가 뭔가 마음이 불편해서.
지우지는 못하고 비공개로 해놓았었음.
그러다가 음악하는 사촌동생의 만든 음악을 듣고.
내가 기억하는 거라도 적어놔야겠다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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