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서 그냥 가버린 도쿄여행(2024.12.2-2024.12.4) part.4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
오늘 있었던 어이없는 일도 생각나고
개인적인 일들로 바빠서 미뤄뒀던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느낀 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더 많은 곳을 느꼈으면 하는 거다.
일본여행을 좋아해서 일수도 있지만 좋은 것들은 정말 세상에 많다.
그런데 그것들을 내 몸의 에너지와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괜히 아쉽고 괜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그런 거 같다.
예전에는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별거 아닌 것들이 마음에 새겨졌던 거 같다.
후쿠오카를 혼자 걸다가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줬던 평온함과 충만함.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으면서 느꼈던 지독한 외로움과 두려움.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게 여행 중에 느끼는 별것 아닌 순간들이.
그냥 나에게 안 오고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몇 시간을 걷고 구경을 해도 음악이 잘 안 들리고.
좋은 음식과 맛있는 술을 먹어도 더 이상 신기하지 않고.
멋진 풍경과 좋아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조금만이라도 더 마음이 말랑해서 뭔가 새길 수 있을 때
그때 더 많이 떠났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풀프레임 카메라인 a7c2에 탐론 2875 2.8 렌즈를 끼고 여행을 다녔는데
고작 이것도 풀프레임이라고 메고 다니면서 걷다 보면 엄청나게 피곤했다.
그냥 가방 속에 넣어놓고 찍기 귀찮은 순간도 생겼다.
행복은 경량순이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2월에 다시 삿포로에 가는데 그냥 라이카 d-lux7 똑딱이만 가져가던가 아니면
a7c2에 40g 하고 20g 만 가지고 가볼까 고민 중이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언어를 더 공부하고 그 언어로 여행을 한다는 건 참 축복이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맘먹고 다시 일본어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요즘 공부 어플이든 원어민과 대화하는 어플들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무작정 돈을 꽤나 들여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N3책을 올해 아무 생각 없이 사놔서 그걸 목표로 한번 해봐야겠다.
예전엔 혼자 여행을 가기만 하다가 계속 여자친구, 가족, 동료, 형들과 여행을 갔었는데
오랜만에 혼자여행이라 너무 좋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혼자 오랜만에 가보니 쫄보인 내가 더 겁이 생기고 뭔가를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걸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부끄러워서 여기까지만.
마지막으로 여행 기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마무리해 보면.
요즘 이 시기를 보고 있자면 가슴속에 맺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어떤 한 타인의 행동이 이렇게 미워 보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세상엔 자신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 밖에 없을까 이런 생각.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어떻게든 우기면 정상이 되는 걸까 이런 생각.
요즘 정치적인 이야기 말고도 개인사에 많은 변화가 있어서 느낀 것들인데.
어쨌든 뭔가 계속 마음속에 쌓이는 시기이다.
그렇게 메리 크리스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