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ail

별 것 없는 뉴욕 여행(2019.10.20-2019.10.26) part.5

27may 2019. 11. 11. 04:12

이제 마지막 이야기.

거의 다 쓴 이야기를 날려서 다시 쓰려니 짜증이 밀려오지만.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적어보면.

 

이른 아침의 타임스퀘어
낮의 타임스퀘어
밤의 타임스퀘어.

먼저 뉴욕이라는 도시는 너무 크다.

정말 너무 벅차게도.

내가 10년 전에 1년 4개월 지냈던 시카고에 비하면.

정말 이 도시는.

6일 동안 보고 느끼기에도.

너무 크고 복잡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혼자 여행을 여러 번 다녔어도.

난 여전히 망설이고 용기가 없구나.

 

이번 여행의 가장 행복한 순간 이야기.

월가에 갔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구글맵에 나오는 가장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다.

리뷰를 보니 스테이크가 유명하다고 해서.

너무 친절해서 고마웠던 서버에게 와인도 추천받아 즐겼다.

예전 같으면 여행 카페에서.

갈 식당에 대한 정보와 후기.

혼자 가도 괜찮은지.

주문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주의 사항은 없는지.

이런 걸 다 검색하고 겨우 한 끼를 해결했는데.

 

이번에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구글맵에 가까운 평점 좋은 식당에 들어가서.

무작정 주문하고 정말 기분 좋게 한 끼를 해결한 것.

이게 정말 너무 새롭고 여행의 기술이란 말로 포장하기엔 너무 허세지만.

그냥 떠났으니.

하고 싶은데로 하면 돼.

이런 걸 몸소 느껴봤다고 할까?

난 그동안 못했다. 정말.

용기가 안 나서.

 

내가 들어 간 식당은 Delmonico's라는 곳이었는데 검색하니 꽤나 많은 정보가 나온다.

가니쉬로 아스파라거스도 시키던데 그냥 먹으면 된다. 육즙이 터진다. 레드 와인과 먹으면 된다.
생전 처음으로  뭐 먹고 식당에서 거울을 통해 셀카를 찍어봤다. 적어도 셔츠는 입었어야 했는데.
감동한 치즈케이크. 이것도 훌륭했다.

십만 원이 넘는 한 끼였지만.

그냥 돈 걱정 안 하고.

내가 이럴 수 있음에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말하는 걸 쉽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취향의 질문이 많은 이곳에서는.

내 취향에 대해서 난 이렇다고 말하는 게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닌데.

오히려 난 그렇다고 pretending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건데.

알아듣지 못하면서 알아듣는 척할 필요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을 필요도 없는 거였는데.

그냥 그런 걸 느꼈다.

 

이런 거다.

앞에 있는 후기 중에 내가 패츠 팬인척 안 한 것.

보스턴에 갔을 때의 따뜻함을 잊을 수가 없으면서도.

시티필드 투어 간다고 쓸데없이 메츠 모자를 산 것.

이럴 필요가 전혀 없는 거였다.

풋볼 이야기는 앞에 적은 것 같고.

시티필드 투어를 가서 투어 시작 전에 매리너스 모자와 점퍼를 입은 여성도 같이 투어를 했다.

투어 가이드가 메츠 팬 아닌 사람 있냐고 하는데.

그 여자가 손들기 전에 당신은 어디 팬인지 알겠다고 하는 농담을 던지는데.

그냥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투어 막바지 엄마랑 온 꼬마가 언제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메츠가 월드시리즈에서 경기를 했나요?

1986년이라고 가이드가 답하면서 그 질문을 하는 이유를 그 꼬마 핸드폰 케이스를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 순간도 정말 부끄러웠다.

빌 버크너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내가.

밤비노의 저주에 대해서도 내가 부족한 영어로 꼬마한테 설명해줄 수 있는데.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자.

결국 내가 좋아하는 그거니까.

 

그리고.

이 부질없는 여행기를 남기는 이유는 결국.

이 여행이 부질 없지 않았다고 위안을 하기 위해서.

난 적어도 몇 가지는 느끼고 배웠다고 말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지난 금요일에 간 정준일 콘서트에서.

너무 반가웠던 새 겨울.

이번 앨범과 공연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